보트를 계속 보유하기로 결정하고 미루고 미루던 보트 정비의 날이 다가왔다.
거의 2년 만에 트레일러를 꺼내 자동차에 연결하고 보트를 가지러 출발한다.

역시 오랜만에 트레일링은 무척 신경이 쓰인다. 그나마 빈 트레일러는 심리적으로 좀 괜찮은 편이다.
트레일러 타이어 공기압은 45 PSI로 맞추고 출발한다. 끌려오는 트레일러가 온갖 소리를 내며 오두방정이다.
확실히 빈 수레가 요란하다.

오랜만에 영덕으로 향하는 길. 날씨가 따듯한 덕인지 교통량이 좀 있는 편이라 천천히 운전한다.

몇 달 만인가? 바다를 본다. 오늘 바다 기상이 참 좋구나.. 아마 오늘도 서풍이 강하게 불어서 그런 듯.
오랜만에 오는 바다는 예전에 하도 많이 다녔던 탓인지 그냥 익숙하다.
가슴이 뻥 뚫리는 감동 같은 것은 없고 집에 온 느낌? 뭐 그런 기분이다.

계류장에 침몰하지 않고 잘 떠있는 엘리와루비호.
이 거대한 욕조는 참 튼튼하기는 한가 보다.

내가 없던 몇 달의 기간 동안 주인을 잃어버린 보트의 흔적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.
다행히 시동은 잘 걸리고 이번에도 역시 트레일러 바퀴 한쪽을 슬로프옆으로 빠뜨려 배를 올리는데 고생했다.
길을 떠나기 전에 먼저 결박은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한다.

하부 상태를 슬쩍 둘러보니 지난번 상가 때 보다 확실히 따개비가 덜 붙었고, 냄새도 덜 난다.
AF페인트는 인터스피드를 발랐는데, 정확히 어떤 계열인지는 모르겠지만 소형 보트에 좋은 선택인 것 같다.

보트가 트레일러에 얹히니 무척 신경 쓰이는 뒤편.
매번 이렇게 다니는 분은 별거 아니겠지만 일 년에 한 번 트레일링 하는 나로서는 언제나 처음 같다.

엔진오일 100도 / 미션오일 82도 - 미션오일 온도가 생각보다 괜찮다.
정속주행이라 부하가 많이 걸리진 않지만 안심이 되는 온도. 역시 견인은 디젤인가?

끝차선에서 정속으로 설렁설렁 오는 맛도 뭐랄까 그만의 맛이 있는데 빠르게 운전할 때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게 된다.

보트를 세워두고 집에 들어가는 길. 무척 피곤하지만 또한 개운한 그 느낌.. 아파트 주민 중 몇분이 관심을 가진다.
보트는 바다에서야 흔하지만 내륙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무척 신기방기한 물건이다.

오랜만에 개운한 그 느낌이 좋아 보트 근처에 앉아 한참을 바라봤다.
거대한 욕조는 세월이 흐르니 단순한 물건이 아닌 게 되어 버렸다.
언제부터 인지 나의 무엇인가가 되었다.

이제 몇 주에 걸쳐 청소를 하고 정비를 할 생각이다.
할 것들을 생각해 보면.
1. AF 페인트칠
2. 녹제거 청소 왁싱
3. 라이트 위치조정, 추가, 배선교체
4. 엔진오일 교체 (하부오일은 생각해 보고)
5. 트림 구리스 주입
6. 조종간 헐렁한 것 고치기
7. 선체 곳곳의 실리콘 떨어진 곳 보수
8. 태양광 패널 다시 고정
9. 뭔가 더 있었는데... 뭐더라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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